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내 손에서 사라져가던 온기를, 노을을 받아 붉게 물들던 흐린 눈동자를.
해가 제 모습을 감추던 순간 몸을 꿰뚫던 차가운 칼날을, 세상이 깜깜해지는 순간을.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다.
나는 분명 한 구의 시체가 되어 땅바닥에 굴러다니다 까마귀에게 쪼여 형체를 잃던가, 오고가는 사람들의 발에 채여 찢기고 헤질 운명이었을 터였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살아있다. 아니, 사실 살아있다고 봐야하는지도 애매한 상태로 살아있다.
흔히 말하는 전생과 환생, 전쟁터에서 살아가던 쪽이 전생취급이고, 나는 드물게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환생했다는 케이스인 것 같았다.
믿기는 힘들지만, 이쪽이 진실이다. 더 이상 전쟁터에서 살아갈 필요는 없었다. 함께 한 사람들은 전부 내 곁에 살아있었다. 한때 함께 했던 자들도, 모두 그때와 똑같이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네가 없었다.
너는 아마도 환생이라는 현상을 경험하기에는 무언가 부족했던 모양이다. 분명 나보다 먼저 눈을 감았을 네가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을 리 없다. 아니면 이 현상은 죽음의 순서와는 별 상관없는 모양일지도 모른다.
운명이라면 언젠가 너는 나를 찾아올 것이다. 기다리다보면 너는 언젠가 나를 찾아올 것이다.
*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심장이 꿰뚫리던 그 순간의 고통을, 마지막으로 느꼈던 피범벅이 된 손가락의 온기를.
어울리지 않게 아름다웠던 붉은 색의 노을을, 그 마지막 노을과 함께 위로 쓰러진 그대를.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분명 마침표였을 그 앞에, 점 두 개가 숨겨져 있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평범한 도돌이표와는 조금 달랐는지, 다시 연주되기 시작한 삶이라는 곡은 조금 변주되어있었다.
도돌이표가 아니었다.
그저 조금 비슷한 악보로 옮겨왔을 뿐, 본래의 악보는 이미 끝나서 찢어졌다. 본래 있던 그 곳으로는 이제 돌아갈 수 없으리라. 그대도 아마 찢긴 악보의 한 조각이 되어 불타버렸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씁쓸함이 느껴졌다. 조금 더 살아있어야 했다. 나는 조금 더 살아있었어야했다. 그래야만했다.
그 동안 그대를 기다리지 않았냐고 물었소이까. 기다렸소. 오랜 시간 기다려왔소. 더 이상 그 기간을 셀 수 없을 때 까지 기다려왔소.
슬슬 지쳐가기 시작할 때쯤에, 그대의 소식을 들었다. 하지만 그 것이 그대가 아님을 이미 알고 있었다.
이곳은 변주되어 섞인 세상, 그대가 이 세상으로 흘러들어왔을 가능성은, 아무리 생각해도 매우 낮으니까. 그래서 차라리 모르는 편을 택했다. 다른 인간을 보고 그대를 투영하며 고통스러워하느니, 차라리 없다고 생각하고 살아가는 편이 나았다.
*
복도를 걷는 너를 보았다.
나를 무시하고 지나치는 너를 보니 이 세계에서의 우리는 모르는 사이인 것 같다.
그렇다면 아는 척을 해도 서로에게 독이 될 뿐, 그렇다면 이 세계에서 우리는 모른 채로 살아가는 것이 낫다. 역시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죽음 이후에도 우리가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건.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도 나는 너와 다시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데. 다시 함께 있고 싶어 하는데.
*
역시 모른척하고 남으로 살아가는 건 불가능했다. 보아라, 나는 결국 그대를 찾아오고 말았다. 그대는 나를 모른다. 이러는 내가 이해가 되지 않겠지.
“다카스기 신스케.”
결국 다시 끌어안고 말았다.
나는 지금의 네가 네가 아니라고 해도 좋았다.
그저 다시 손 안에 넣어서, 다시 옆에 있었으면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