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ercy
"저, 신부님... 악마도 구원을 받을 수 있나요?"
아니, 그게 저. 궁금해서요.
웅얼거리는 제 목소리는 떨림에 마지 않는다. 흐읍-, 큰 숨 들이켜 떨림에 가득찬 목소리를 갈무리하려 하지만 여전히 불규칙한 숨소리. 안돼, 들키면 안돼. 분명 싫어할거야. 덜덜 떨리는 눈동자를 숨기려 눈을 감은채 두려움의 숨을 들이키며 그에게 손을 내민다.
아아-, 구원해주세요.
걱정하지 마세요, 아리스가와 군.
하나님은 구원을 필요로 하는자를 져버리지 않아요.
아리스가와 다이스, 유메노 겐타로. @_veng_23
악마는 그것을 사랑이라 칭했다. 한낯 비루한 인간의 세계에서는 절대로 허용될 수 없는 이야기들을. 어둠에 취하여 제 애인을 간음하고 간통한 죄로 파멸에 이르는 것을, 음주에 물들인 육신을 이끌고는 비척비철 걸어가며 거리를 활보하는 것을 사랑이나 칭했다. 도를 넘는 문란함에 악마는 제 파멸이 예견되어 있음을 알고있다, 그러나 절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는 파멸을 위해 태어난 존재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마는 성직자를 사랑한다.
악마는 이것이 자신의 파멸을 이끄는 완벽한 길임을 알았다. 그렇지만 하나님에게 사랑과 종속됨을 외치는 그의 목소리는 마치 술과도 같았다. 그 술은 너무나도 달콤하여 입 속을 타고 들어와 부드러운 혀를 농락하고는 지나간다. 그 맛에 취하여 쉴 새 없이 들이키면 결국 파멸의 유리창을 걷게 된다. 잘못하여 비틀거리지 않게 조심하라, 얇은 유리창은 여러 장의 조각이 되어 발끝을 더럽힐테니.
그러나 그는 거부하기엔 너무나도 큰 유혹이었다. 그의 붉은 입술, 희고 정갈한 치아... 그 모든 것은 구원과 사랑이 되어 악마를 괴롭혔다. 거짓된 사랑이어도 상관하지 않았다. 그의 사랑은 언제나 거짓이었으니까. 이미 찢어진 시린 마음을 붙잡고 그는 다시 바라보기 시작한다. 모노톤의 낫빛을 바라보며 그는 하나님과도 같은 자애와 희열을 느낀다. 사랑하기에 머지 않고, 또 사랑만을 바라니까.
마치 장미꽃과도 같은 목소리가 공간을 가득 채운다. 베일의 부드러움과 가벼움 양껏 머금고 있지만 그 날카로움을 무시할 수 없는. 남성의 목소리는 청각을 마비시키고 정신을 혼란하게 한다. 그것은 마치 사이렌과도 같아 가시의 늪에 빠진 자들을 파멸로 이끈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것이, 그것은 누군가에게는 구원이라는 것이다.
"아리스가와 씨, 기도하시겠습니까?"
기도라, 이젠 정말 나를 죽일셈이지. 악마에게 기도는 농도 높은 산과도 같은 것인데. 정말 기도까지 하게 되면 죽어버리고 말거야. 그저 미련만이 남아버린 이 지독한 관계 속에서 이제는 박복한 웃음마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래, 어쩌면 지금 이 관계가 정말 진정한 행복일지도 모른다.
"....아멘."
차라리 죽음의 길을 택하겠어.
아이러니하게도 악마는 구원을 바란다. 그리고 그는 구원을 제 사랑에게서 찾는다.
돌이키고 싶지만 이미 너무 긴 강을 건너버린 그의 사랑.
더 이상은 무리야, 돌아갈 수 없어.
"겐타로 선생님, 구원해 주세요."
"하나님은 구원을 필요로 하는 자를 절대 져버리지 않는답니다."
"정말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그럼요, 하나님은 관대하신 분이니까요. 어서 하나님께 구원을 청하고 영원한 안식의 길을 걸어가십시오.
아아, 나는 정말 죽어버리고 말겠지. 심지어 하나님 조차도 가만두지 않을거야.구원을 청하는 악마라니, 누가 이런걸 사랑하겠어.
악마는 거짓된 사랑을 꿈꾼다. 거짓된 사랑에 종속되어 헤어나올 수 없기를 바란다. 누군가 영원한 행복에 자신을 잠식하여 주기를 원한다.
닿을 것 같지만 그에겐 닿지 않을 너무 먼 진실된 사랑.
악마의 사랑은 언제나 진실될 수 없으니까.
그리고,
진실되어서는 안되니까.
".....아멘."
결국 성직자의 거짓된 사랑을 구걸하기 위해 오늘도 제 자신을 갉아먹을 뿐이다.
그리고 성직자는 오늘도,
하나님만을 위하여 거짓된 구원을 실천해 나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