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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펫!

*일드 <너는 펫!> AU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이 비가 내리던 날이었다. 날짜로는 아직도 여름이었지만 슬슬 가을이 오기 시작하는지, 거기에 비까지 합쳐져 꽤 쌀쌀한 날씨에 겐타로는 옷 밑으로 느껴지는 한기에 잘게 몸을 떨었다.

겐타로가 다이스를 발견한 날은 대략 그런 날씨였다.

사람 하나쯤은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큰 상자가, 비가 내리는 날씨인데도 비닐도 없이 비를 그대로 맞고 있었다. 꽤 오랜 시간 동안 밖에서 방치되었는지 상자는 이미 푹 젖어 안에 들어있는 물건이 무엇이든 이미 비에 다 젖었을 게 틀림없었다. 비가 오는 날에 이렇게 큰 상자를 안으로 들이지도 않고 밖에만 두는 이유가 대체 뭘까. 호기심에 겐타로는 그 상자로 다가갔다. 상자는 테이프로 완전히 밀봉되어있는 게 아니라 대충 닫혀 있을 뿐이었다. 혹시 빈 상자인데 처치 곤란이라 그냥 밖에다 둔 걸까? 겐타로가 손을 뻗어 상자의 입구를 벌리고 안을 들여다보았다.

안에 들어있던 건 다름 아닌 성인 남성이었다. 안에 무엇이 들어있던 이미 다 젖었을 거라는 겐타로의 예상대로, 남자는 비에 푹 젖어 있었다. 비가 꽤 거세게 내리는데도 미동도 없이 상자 안에 웅크려 있었다. 어디서 싸움이라도 했는지, 그리고 그러다 난 상처는 치료하지 못했는지 피딱지가 앉은 상처가 군데군데 자리했다.

아무리 여름이라고 하더라도 끝물이고, 밤의 기온은 꽤 낮은데 비까지 내리고 있으니 평소보다 더 서늘했다. 이미 비에 젖은 옷은 오히려 체온을 더 떨어뜨리게 할 것 같았다. 한 마디도, 이대로 둔다면 얼어 죽기 딱 좋았다.

성인 남성을 직접 들만한 완력은 없기 때문에 젖은 상자를 밀어서, 엘리베이터 안에 넣고, 층수를 누르고, 다시 밀어서 상자를 내린 후에 집까지 들여보는데 20분이 넘게 걸렸다. 차라리 비라도 오지 않았더라면 경찰에 신고하고 끝냈을 텐데 하필이면 비가 오는 바람에 경찰이 오기도 전에 죽을 것만 같아서 무턱대고 남자가 든 상자를 집까지 들이고 말았다.

상자 안에서 남자를 꺼내고 젖은 옷을 갈아입히기 위해 옷을 벗겼다. 보이지 않던 곳에 있던 상처는 얼굴이나 손에 있던 상처보다 더 많았다. 정말 어디서 싸우고 죽어가던 야쿠자라도 주워온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며 수건으로 몸에 있는 물기를 닦고 겨우 소파로 옮겨 상처마다 연고를 발랐다. 상처를 건드릴 때마다 아픈지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결코 깨진 않았다. 젖은 옷을 다시 입힐 순 없어 제 옷을 입히고 가장 두꺼운 이불을 꺼내 덮어주었다. 일단 푹 쉬게 둔 다음, 아침에 남자가 깨어나면 그때 얘기를 나눠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소파 앞에 있는 상에 옷이 마를 때까지 일어나도 어디 가지 말라는 내용의 쪽지를 써서 올려두고, 겐타로도 그만 잠자리에 들기 위해 침실에 들어갔다.

남자를 집에 들인지 시간이 꽤 지났음에도 밖에선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오히려 더 세게 내리고 있었다. 들여오지 않았더라면 정말 밖에서 죽었을지도. 이미 비를 맞은 상태였으니 죽는 건 피했어도 감기까지는 피하지 못할 게 분명했다. 정말 돈 많은 야쿠자라면 사례금이라도 받아볼까. 실없는 생각을 하며 겐타로는 불을 껐다.

 

 

 

밤새 비가 그쳤는지 밖은 화창하기만 했다. 쪽지를 쓴 것이 무색하게도 다음 날, 겐타로가 잠에서 깰 때까지 남자는 일어나지 않았다. 흔들기라도 해 억지로 깨울까 싶었지만 다친 사람이니 푹 자게 두는 게 나을 것 같아 남자는 소파에 그대로 둔 채로 아침 식사를 하고, 청소를 하고, 책을 읽었다.

남자가 일어난 건 해가 중천에 떴을 무렵이었다. 이불을 걷으면서 뭔가를 잘못 건드렸는지 유리가 깨지는 소리에 놀라 읽던 책을 덮어두고선 방에서 달려 나오니 그 상태로 굳어 움직이지 못하는 남자가 있었다.

 

"정말, 일어나자마자 화려하게도 한 건 하셨네요."

"…아, 안녕…?"

"…안녕하세요."

 

다행히 컵은 깨진 게 아니라 떨어졌을 뿐이었다. 컵을 보며 눈살을 찌푸리는 겐타로에게 남자가 머쓱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남의 집에서 깨어났으면서 별로 놀란 기색도 보이지 않고 태평하기만 했다. 빈 컵이라 이불이 젖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겐타로가 떨어진 컵을 주워 다시 상 위에 올려두었다.

 

"저기, 혹시 네가 날 데려온 거야?"

"네, 맞아요."

"정말? 다행이다, 이번엔 좋은 사람한테 주워진 것 같네! 있지, 혹시 나 여기서 살아도 돼?"

"…네?"

 

겐타로가 귀를 의심하며 되물었다. 살려줘서 고맙다는 감사 인사는 어디로 갔는지 대뜸 여기서 살아도 되냐는 말을 들었다.

 

"갈 곳이 없단 말이야. 형이나 동생, 말 상대, 어깨 주무르기 같이 원하는 건 다 해줄 테니까, 제발!"

 

잘못 들은 게 아니었는지 남자는 여전히 살게 해달라는 말을 하며 눈을 반짝이면서 겐타로를 올려다보았다. 사람 한 명 쯤 더 산다고 해가 될 것도 없었지만 일단 모르는 남자는 모르는 사람이었고, 재워주고 치료까지 해주는 건 하루면 충분했다. 겐타로는 소파 옆에 정리해두었던 남자의 옷을 들어 내밀었다.

 

"원래 입고 있었던 옷은 빨았어요.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렇게 다쳤는지는 모르겠지만, 연고도 바를 수 있는 곳에는 다 발랐어요. 이제, 나가세요."

"정말 갈 곳이 없어서 그래. 뭐라도 할 테니까, 응?"

 

기어코 남자는 소파 위에서 빌듯이 무릎을 꿇었다.

 

"혹시 염치라는 게 없어요?"

"여기서 살게 해준다면 그런 건 버릴 수 있어."

 

대화가 안 통하는 상대로군. 겐타로가 한숨을 쉬었다. 남자의 덩치를 보니 무력으로는 제가 밀릴 것 같아 작전을 바꿔 이 남자가 스스로 나가게끔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겐타로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정말 뭐라도 할 거예요?"

"당연하지!"

 

기대감에 차 세차게 고개를 흔드는 남자를 보며 겐타로는 작게 웃었다.

 

"그럼, 제 펫이 되세요."

"…펫?"

"네, 펫이요. 착하게 굴면 밥도 주고, 씻겨도 줄게요. 대신 당신에게 인권은 없고 제가 하는 말에 무조건 복종해야 해요. 어때요?"

 

아무리 자존심이 없어 보이는 이 남자라도 펫으로 지내라는 제안을 받아들이지 못할 게 뻔했다. 이제 남자를 쫓아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예감에 겐타로가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그래, 펫 할게. 그러면 여기서 지내도 되는 거지?"

 

그러나 남자의 말에 그 미소는 깨지고 말았다. 결연한 표정으로 제 펫이 될 것을 선언한 남자는 지낼 곳이 생겼다는 게 기쁜지 밝은 얼굴로 돌아와 있었다.

 

"…정말 펫이 되겠다고요?"

"여기서 지낼 수만 있다면! 아, 그런데 펫한테 용돈은 없는 거지?"

"세상에 대체 어느 펫이 용돈을 받아요?"

 

남자는 겐타로의 말에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겐타로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상식 밖의 사람이었다.

 

"그러면 밥이나 청소나 빨래 같은 건 내가 다 할 테니까 용돈 줄 수 있어?"

"…고려해볼 만 하네요."

"잘 부탁해, 주인님!"

 

남자가 팔짱을 끼고 있던 겐타로의 팔을 잡아 제 앞에 손을 펴게 한 후, '멍!' 소리를 내며 겐타로의 손 위에 주먹을 올렸다.

그렇게 남자와 겐타로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되었다. 남자의 이름은 다이스. 펫인 만큼 겐타로에게 이름을 지어달라고 했지만, 네이밍센스가 없다는 겐타로의 거짓말에 속아 실토한 본명이었다. 아쉽게도 성까지는 알아내지 못했지만 어차피 펫이니까 '유메노 다이스'정도면 충분하다는 생각에 더 캐묻지 않았다. 다이스는 겐타로의 펫으로서 겐타로의 집에 살고 있었지만 실질적으로는 가정부와 비슷한 역할을 했다. 식사 시간에 맞춰 밥을 만들고―맞추지 못할 때가 훨씬 더 많았지만― 청소도, 빨래도 전부 다이스가 도맡아 하고 겐타로가 하는 일은 가끔 다이스를 산책시켜주거나 용돈이 필요하다고 할 때 주는 것뿐이었다.

오히려 펫이 없었을 때보다 지금이 더 나을지도. 다이스가 용돈으로 가져가는 돈이 적은 양은 아니었지만 주인과 펫이라는 재미있는 생활을 하기엔 아깝지 않아 겐타로는 나름대로 이 생활에 만족하고 있었다.

 

 

 

그 펫이, 5일 전에 집을 나갔다.

 

"…그래서 원고는 잘 받았고, 말씀드렸던 대로 12월호에 글이 실릴 거예요. 그런데 선생님… 혹시 어디 아프세요?"

 

지급까지 봤던 편집자들 중에서 가장 둔하고 눈치 없는 이시카와가 알아차릴 정도로 겐타로는 집중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늘 살짝 웃는 얼굴로 대화하던 평소의 겐타로와 다르게 무언가에 사로잡힌 듯이 정신이 다른 곳에 가 있었다.

마감 3일 전의, 거의 제정신이 아니었던 겐타로에게 어떤 전언도 없이 다이스가 집을 나갔다. 겐타로가 그걸 깨달은 건 어제, 그러니까 다이스가 집을 나간 지 4일째가 되는 날이었다. 이시카와에게 원고를 보낸 후에 이틀 만에 잠을 자려고 누웠을 때, 겐타로는 무언가가 평소와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보통 극도로 피곤할 때엔 인형을 안고 자듯이 다이스를 껴안고 잤는데, 겐타로가 마감 중이라는 걸 알면서도 다이스는 집을 비웠다. 하루 정도는 외박하는 일이 꽤 있더라도 겐타로가 마감 중일 때는 곁에 있으려 하는 다이스로서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러나 당시의 겐타로는 정상적인 사고가 불가능한 상태였기 때문에, 한숨 자고 일어나면 와 있겠지, 하는 생각으로 잠이 들었다.

그리고 잠에서 깨고 다이스가 없어진 지 무려 4일이나 지났다는 걸 깨달은 게 어제였다. 다이스가 말도 없이 이렇게 길게 집을 비웠던 적은 없었다. 겐타로는 일어나자마자 밖으로 나가 다이스가 자주 가던 도박장 근처를 서성이고 혹시 집에 돌아왔는데 엇갈렸을까 싶어 집에 돌아왔다가 다시 도박장으로 갔다. 그렇게 하루종일 도박장과 집을 왔다 갔다 하며 하루를 보낸 겐타로는 새벽이 돼서야 다이스가 적어도 이 근처엔 없다는 걸 깨닫고 늦은 저녁을 먹었다. 혹시 두고 간 물건이 있으면 돌아오기라도 할까봐 열심히 찾았지만 애초에 다이스가 처음부터 갖고 있던 건 입고 있던 옷뿐이었는데 그마저도 없었다.

이제 주인과 펫 놀이는 질린 걸까? 그래서 말도 없이 집을 나간 걸까? 혹시 자는 사이에 다이스가 들어올까봐 겐타로는 제대로 잠도 자지 못하고 몇 번이고 깼다.

 

"이시카와 씨, 혹시… 펫 키워본 적 있으세요?"

"펫이요? 개를 두 마리 키우고 있는데…. 갑자기 왜요?"

"그게… 키우던 펫이 집을 나가서요…."

"그거 큰일이잖아요!"

 

이시카와가 돌연 몸을 일으키며 외치는 바람에 겐타로가 놀라 몸을 뒤로 뺐다.

 

"원래 혼자서도 자주 나갔다 와서 없어진 줄도 몰랐는데… 벌써 5일째예요. 있을만한 곳은 다 가봤는데도 없고…."

"전단지 같은 걸 만들어서 붙여보는 게 어때요?"

 

전단지라. 그러고 보니 길거리를 걸어 다니면서 잃어버린 애완동물을 찾는 전단지가 전봇대나 벽에 붙어있는 걸 본 기억이 있었다. 혼자서 다이스를 찾는 게 불가능하다면 전단지를 여기저기에 붙여두는 것도 방법이었다.

 

펫을 찾습니다.

이름 다이스. 파란색 털 장모종. 나이 20대. 키 170 중후반. 종 사람.

 

…아무리 펫이라고 해도 개나 고양이도 아니고 사람인데 전단지로 찾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겐타로가 마른세수를 했다.

 

"그나저나 선생님, 애완동물 키우셨나요? 아, 혹시 저번에 났던 짖는 소리가 선생님네 개였나요?"

"아마 그럴 거예요."

이시카와가 말하는 '짖는 소리'라는 건, 다이스가 이시카와를 처음 봤을 때 낯선 사람을 경계하는 애완동물처럼 구석에서 짖는 소리를 낸 것이었다. 놀란 겐타로가 제 방에 다이스를 억지로 밀어 넣고 문을 다시 열어주기 전까지 나오지 말라고 단단히 일러두는 것으로 일단락되었지만, 이시카와는 그 소리를 기억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소리로 보아 이시카와는 다이스가 개라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실제로 다이스는 사람이지만, 사람이 사람을 펫으로 삼는 비정상적인 관계를 함부로 떠벌려서 좋을 점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저 얼버무리기만 했다.

 

"전단지 말고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미신이긴 하지만, 펫이 좋아하는 간식을 집 앞에 두면 다시 돌아온다는 말이 있어요."

 

다이스가 어떤 간식을 좋아했더라. 겐타로가 생각에 잠겼다. 다이스가 만드는 음식의 대부분은 겐타로가 좋아하는 음식들이었다. 다이스는 용돈을 얻어내기 위해 철저히 겐타로의 비위를 맞춰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겐타로가 음식을 만들 때도 다이스에게 물어보지 않고 제가 좋아하는 음식만 만들었으니, 다이스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겐타로는 알 수 없었다. 펫이 좋아하는 간식이 뭔지도 모른다니, 주인 실격이었다.

개가 꼭 돌아오길 빈다며 울먹이는 이시카와를 보낸 뒤, 겐타로는 무엇을 만들지 다시 고민에 빠졌다. 다이스는 음식을 가리지 않았지만 그나마 반응이 좋았던 것을 생각해보면, 아마도 고기전골이었던 것 같았다. 애초에 고기류를 유난히 좋아했었다.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소고기를 듬뿍 넣은 고기전골을 만들고, 다이스의 몫을 그릇에 담은 후에 트레이 위로 옮겨 투명한 덮개를 덮었다. 트레이를 집 앞에 두고 겐타로는 문을 닫았다.

변명을 받아줄 사람도 없는데 날이 춥다는 핑계를 대며 겐타로는 두꺼운 이불을 꺼냈다. 이전에 다이스에게 덮어준 이후로 아직은 그 이불을 쓸만한 날씨가 아니여서 다시 넣어뒀던 이불이었다. 다시 다이스가 언제 들어올지 모르니 현관문을 감시하겠다는 핑계를 속으로 중얼거리며 겐타로는 거실에 있는 소파에 누웠다. 좁고 딱딱해 썩 자기 좋은 장소는 아니었다. 다이스는 소파가 좋다며 자주 소파에서 잤는데, 이런 곳에서 어떻게 잠을 자는지 모를 일이었다.

하루종일 집 나간 펫의 생각을 하며 걱정한 것만으로도 체력 소모가 심했는지 피곤이 몰려왔다. 겐타로는 현관문을 바라보며 몇 번 눈을 깜빡이다가 바로 잠이 들었다.

 

 

 

겐타로는 부산스러운 소리에 눈을 떴다. 분명 불을 끄고 잤는데 거실은 환했다. 게다가 맛있는 냄새까지 나고 있었다.

 

"어, 일어났어?"

 

겐타로가 몸을 일으키자 다이스가 주방 장갑을 낀 채로 겐타로에게 다가왔다. 무려 6일 만에 보는 얼굴이었다.

 

"…다이스?"

"응? 왜?"

"정말 다이스예요?"

"당연하지. 왜, 무슨 일인데?"

 

급하게 소파에서 내려오려고 움직이다가 발과 이불이 꼬여 오히려 굴러떨어지고 말았다. 꽤 큰 소리를 나자 다이스가 장갑을 대충 던지며 다가왔다.

 

"괘, 괜찮아? 그러게 왜 소파에서,"

"대체 말도 없이 어딜 갔다 온 거예요?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요?"

 

떨어진 아픔보다 6일씩이나 말도 없이 사라진 다이스를 추궁하는 게 먼저였다. 가까이 다가온 다이스의 손목을 꽉 붙잡으며 겐타로가 소리쳤다. 화가 난 듯한 겐타로의 얼굴에 다이스가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며칠 동안 먼 곳에 있는 도박장에 갔다 온다고 편지, 남기고 갔는데… 혹시 못 본 거야?"

"…편지요? 어디에요?"

"네 책상 위에."

"…못 봤어요."

 

마감 중엔 물건을 찾기 힘들 정도로 어질러지는 책상은, 마감을 끝내고 여유가 찾아오면 늘 깨끗하게 정리했다. 다이스도 겐타로가 책상을 정리하다 편지를 발견하게 할 심산으로 책상 위에 편지를 두고 갔지만, 겐타로는 다이스를 찾는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느라 책상을 정리할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걸 거기에 두면 어떡해요?"

"거기 두면 당연히 발견할 줄 알고… 뭐야, 너 울어?"

"울긴 누가 울어요?"

 

나름 겐타로의 행동 패턴을 생각했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 곱게 나가지 않았다. 다이스가 돌아왔다는 안도감과, 편지가 있는 줄도 모르고 며칠을 내내 다이스를 찾아다니며 걱정했던 것에 대한 허탈감에 울컥했지만 결코 눈물을 흘리진 않았다.

 

"자, 그러지 말고, 겐타로가 좋아하는 거 만들어놨어."

"…다음부턴 제대로 나한테 말하고 가요. 알겠어요?"

"알겠어, 알겠어. 일어날 수 있겠어? 아까 소리 엄청 크게 나던데."

 

다이스의 부축을 받으며 겨우 일어선 겐타로의 눈에 식탁 위에 놓인 두 사람 분의 접시가 눈에 보였다. 이시카와가 말한 미신이 효과가 있었는지 다이스는 집에 돌아왔다. 더는 펫으로 지내기 싫어서 도망간 거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던 게 바보 같을 정도로, 아무 탈도 없이 다이스는 돌아왔다.

겐타로는 식탁 앞 의자에 앉아 젓가락을 들었다. 다이스가 차린 음식은 고기전골이었다. 돈을 꽤 땄는지 소고기가 잔뜩 들어간 전골이었다. 겐타로가 생각하기에 다이스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과, 다이스가 생각하기에 겐타로가 가장 좋아하는 공교롭게도 같았다. 어쨌든 돌아와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겐타로는 오랜만에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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